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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고의 파노라마 :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 - 숭고에 대한 근대철학의 논의와 '클래식 음악'의 형성
    date : 2019-12-14 12:10:18 / writer : 이준영 / Add file : 허효정 피아니스트.jpg (ip:175.209.1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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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를 시작하며

 

오랜 시간 음악도로서 클래식 음악은 고매한 정신을 담으며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의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장경제의 손에 맡겨진 클래식 음악은 결국 수많은 상품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상품 중에서도 골동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런 인식은 클래식 음악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고, 오래도록 지녀왔던 저의 신념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고매한 정신이 담긴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의문의 답을 찾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탐구를 넘어, 우리 시대의 클래식 음악에도 유효한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기를 고대하며, 지난 3년간 18-19세기 여러 사료들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개념이 형성된 시대와 그것을 둘러싼 지성사의 담론을 연구하였습니다.

여전히 그 연구는 갈 길이 멀지만, 그간의 고민들을 담아 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의 기반이 된 인문학적 사유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음악작품과 함께 들려드리는 세미나 형식의 음악회 시리즈로, 7회 정도의 리사이틀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시작을 이렇게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효정의 인문학 리사이틀 1.

 

숭고의 파노라마: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

 

이번 연주회 숭고의 파노라마에서는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해서 진지한 음악이 되었는가?”에 대한 단서를 유럽 근대 철학의 숭고담론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토크 1 “클래식 음악"과 근대철학의 숭고담론

 

클래식 음악이라는 개념은 1800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 등장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클래식 음악은 한 편으로는 오래된 음악이라는 의미,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심각하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의미를 아우르는 말이었습니다. 특별히 심각하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의미가 클래식 음악에 덧입혀지게 된 것은, 당대 유럽 지성계에서 벌어진 숭고에 대한 논의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숭고에 대한 담론은 클래식 음악의 외관(음악어법)과 내면(정체성)이 형성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음악이 진지한 것으로 변모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토크 2 버크의 숭고이론,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어법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버크(Edmund Burke, 17291797)의 저서 숭고와 미의 이념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탐구 (A 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 1757로 숭고에 대한 논의는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두려움을 숭고의 근원으로 보는 버크의 숭고 이론으로 인해, 숭고는 미와는 구분된 이분법적 범주를 형성하며, 나아가 음악이라는 장르의 표현적인 용량을 넓힙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음악이 가벼운 유희를 넘어 진지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되는 바탕이 됩니다.

 

연주 1 Franz Liszt Aprés une lecture du Dante-fantasia quasi sonata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받은 인상을 음악에 담아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라는 작품집을 남겼습니다. ‘단테 소나타라고도 일컬어지는 Aprés une lecture du Dante-fantasia quasi sonata은 총 3권의 <순례의 해> , 2권인 이탈리아 편에 들어있는 곡으로,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이 그리는 지옥, 연옥, 천국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거대함, 어두움, 불규칙성과 같은 요소들이 버크의 숭고이론 이후 어떤 모습으로 음악에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넓은 범위의 극적인 표현을 담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증 4도 진행의 첫 모티브와 반음계 진행의 두 번째 모티브를 가지고 곡 전체를 통해 주제를 변형(thematic transformation)함으로써 유기체적인 구조를 쌓아가는 작품입니다.

 

Intermission

 

연주 2 Shinuh Lee(이신우) Chorale Fantasy No. 5 The Beatitudes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초연)

 

마태가 쓴 복음서 5장에 나오는 8가지의 복에 대한 구절 중 첫 번째 구절인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숭고 담론의 역사에 있어서 근대의 수많은 문필가들이 단순함(simple)’을 숭고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 곡은 숭고의 여러 스펙트럼 중 단순함과 낮춤에서 오는 숭고’, 그리고 나아가 토크 3에서 나누게 될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를 표상하는 작품입니다.

 

토크 3 또 하나의 숭고,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는 가장 높은 존재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온 것을 일컫는 표현으로, 17세기 후반의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전통에서 숭고의 진수로 여겨지던 것입니다. 같은 시기 주류였던 프랑스의 숭고담론과는 전혀 다른 지향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빛깔의 숭고입니다.

 

토크 4 칸트의 숭고이론,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

 

18세기 말, 숭고에 대한 논의는 칸트(Immanuel Kant, 17241804)판단력 비판(Critique of Judgment, 1790)으로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습니다. 칸트는 숭고를 무한성이라는 개념과 연결하고, 숭고의 매커니즘을 인간의 인지능력이 지닌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이와 같은 칸트의 숭고이론은 음악어법에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관념론자들의 논의를 통해 음악의 정체성을 철학과 같은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연주 3 Robert Schumann Humoresque Op.20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유머레스크는 기쁨과 애잔함, 진지함과 쾌활함을 아우르는 작품입니다. 장 폴(Jean Paul)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였던 요한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Johan Paul Friedrich Richter, 1763-1825)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리히터의 소설이 그러한 것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와 감성적이면서도 역설적인 해학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대조적인 감정과 삽화적(episodic) 구조는 당대의 철학이 진리를 추구하던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무한의 세계에 닿고자 했던 낭만주의자들의 신념이 투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 허효정

허효정_자료 참조 및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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